1.개요
<아무도 모른다>,<걸어도 걸어도>,<그렇게 아버지가 된다><세 번째 살인>등을 연출한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1999년 개봉한 영화입니다. 아라타, 오다 에리카, 데라지 마 스스무 등이 출연했습니다. 고레에다 감독의 장편 극영화 데뷔작 <환상의 빛>은 아름다운 영상과 완벽한 구도로 찬사를 받았습니다. 감독은 죽은 이들이 어떤 추억을 고를지에 대한 아이디어를 수집하기 위해 인터뷰를 하였는데요 무려 600명분의 영상을 수집했다고 합니다. 영상을 검토한 고레에다 감독은 비전문 배우를 인터뷰하는 과정을 그대로 찍는 편이 작품의 취지에 맞는다고 생각하여 다큐멘터리 전문가에게 촬영을 맡기고, 콘티 없이 비전문 배우가 자신의 실제 추억을 편하게 이야기하도록 했다고 합니다.
2.줄거리
한주의 시작인 월요일 사람들이 한사람 한사람 어느 대합실로 모여듭니다. 그들이 앉아있는 대합실에 한 직원이 나타나 면접실 앞에서 차례로 번호를 부릅니다. 대기하는 사람들은 자신의 번호가 불리면 각자 호명된 방으로 들어가게 됩니다. 그 안에 있는 면접관은 그들의 생년월일을 묻고 그들에게 조의를 표합니다. 불려 면접실에 들어온 이들은 망자, 즉 죽은 사람들이었습니다. 면접이 이루어지는 그곳은 이승에서 천국으로 가기 전의 경계에 있는 공간인 '림보'입니다.
이미 자신의 죽음을 받아들인 망자들은 가볍게 웃으며 유감을 표하는 인사를 받습니다. 면접관은 그들에게 한 가지 질문을 합니다 '인생에서 가장 소중했던 추억을 딱 하나만 선택해 주세요. 여러분이 선택한 추억은 저희가 영상으로 재현해 드립니다. 그 추억이 여러분께 선명히 되살아나는 순간 그 기억만을 갖고 천국으로 가게 됩니다'라고 말합니다.
인생에서 가장 소중했던 추억을 딱 하나만 선택해달라는 요청을 듣고 망자들은 각자 자신의 일생에서 가장 소중한 기억 하나를 선택해 림보의 면접관이자 영화 스태프들에게 이야기를 합니다. 어떤 사람은 자신이 살아온 삶을 되돌아 보고 싶지 않다고 하고 어떤 사람은 하나만을 고르라는 말에 고민을 합니다. 거침없이 자신의 행복했던 순간을 묘사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쉽사리 입을 떼지 못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림보에서 머무는 기간은 일주일. 금요일에 영화가 제작되니 고민할 시간은 그다지 길지 않습니다.
이치로 와타나베(나이토 타케 토기), 그는 특별한 순간이 없는 무난한 자신의 삶에서 어떤 부분을 선택해야 하는지 알 수 없었습니다. 니시무라 할머니는 어떤 질문에도 관심이 없이 도토리나 나뭇잎을 모아옵니다. 면접관은 어느 순간 그녀는 이미 생전에 추억을 선택했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21살인 이사야 유스케는 고를 의지가 없습니다. 그는 선택을 못하는 것이 아닌 의도적으로 선택을 하지 않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생후 4개월 때의 기억을 가지고 있는 분도 타로.
수요일까지는 선택을 해야 하는 망자들은 선택했던 추억을 바꾸기도 하고 꿈을 선택하겠다고 하는 이도 있습니다. 와타나베는 스스로 살아있었다는 증거를 찾기 위해 자신의 일생을 비디오로 담은 71개의 비디오를 받게 됩니다.
와타나베의 담당자인 모치즈키는 그의 일생을 담은 비디오를 보다가 그의 아내인 교코가 자신의 정혼자였던 것을 알게 되고 모치즈키는 그에게 말하지는 못하고 혼자서 괴로워합니다.
와타나베는 자신의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순간을 아내와의 추억으로 정하고 떠나면서 모치즈키에게 자신은 그가 아내의 정혼자였다는 것을 알고 있었으며 그녀가 매년 모치즈키의 기일에 성묘를 다녀왔다는 이야기를 듣습니다. 그리고 모치즈키는 교코의 가장 행복했던 추억 속의 자신을 보게 됩니다.
망자의 행복한 순간을 선택하는 것을 돕고 그것을 재현해 주는 림보의 직원들은 모두 죽었으나 천국에 가지 못한 사람들입니다. 그들 또한 가장 행복한 순간을 고르지 못하고 각자의 사정에 의해 림보에 남아있는 직원들은 망자들의 가장 소중한 순간을 재현해 주고 천국으로 가는 길을 도와주면서 자신들도 조금씩 변화를 겪게 됩니다.
3.감상평
일본 영화를 상당히 좋아했던 시절에 우연히 봤는데 넷플릭스에 있더군요. 옛날 생각하면서 다시 한번 보게 되었습니다. 지상과 천국의 경계에 선 사람들이 자신의 일생에서 영원히 머물 한순간을 선택하는 이야기를 다루는 영화입니다.
망자들이 떠올리는 가장 기억하고 싶은 기억은 의외로 거창하지 않고 소소하면서 찰나적인 순간들의 기억들입니다.
학창 시절 전차 안에서 열린 창문 사이로 불어오던 바람을 느끼던 순간, 첫 비행 훈련 때 본 구름의 모양, 어린 시절 어머니가 무릎을 내어주며 자신의 귀를 청소해 주던 순간의 기억. 그 순간의 촉감, 냄새들의 향연들.. 이 영화를 보면서 순간 그 느낌을 떠올려봅니다. 마지막 장면의 카메라가 비치는 텅 빈 의자는 나에게 질문을 하는듯합니다. 나의 인생에서 가장 행복했던 순간은 언제일까?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기회가 생길까? 나의 생의 마지막 날 눈을 감으며 생각나는 나의 기억은 무엇일까요...?
아름다운 추억이었으면 좋겠습니다.